저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나이 마흔이 되면 꼭 육아 휴직을 써 봐야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 회사원이라 연차 20일 정도를 1년에 나눠서 쓰기 때문에 긴 휴가를 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회사원으로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긴 휴가가 육아휴직이 있습니다. 보통 육아휴직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쓰지만 자녀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까지는 아빠들도 쓸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이들 아시고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저희 가족은 제주도에서 1년 살기로 아빠 육아휴직을 단행합니다. 그래서 첫째 아이는 제주도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에 가니 더욱 아빠 육아휴직자들이 많더군요. 원래 제주도에서 사업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창 부동산 자산이 늘기도 했고 욜로와 파이어족이 인기여서 그런지 육지에서 한 달 살기나 1년 살기로 넘어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평소에 육아휴직을 하면 뭘 할까?를 고민했었습니다. 내 시간이 하루종일 있으면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습니다. 여행도 맘껏 다니고 골프레슨도 받고 등산도 하고 서핑도 하고 수영구조요원 자격증도 따고 스킨스쿠버 오픈원터 자격증도 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ㅎㅎㅎ
웃음만 나오네요 ㅎㅎ
여행으로는 제주도 전체도 못 돌아봤고 골프도 육지에서와 비슷한 실력이었고 오름 몇 군데 다녀보고 서핑 1번 하다가 발목이 골절되어 접었고 다른 자격증은 따지 못했습니다. 할 이야기가 참 많네요 ㅎㅎ
이제 육아휴직 시작부터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제주도는 집을 연세로 계약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연세를 알아봤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미 육지에서 엄청난 인파가 내려와 많은 집이 이미 계약이 되었습니다. 맘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대략 20곳의 집을 구경하고 애월의 타운 하우스로 최종 결정하여 이사를 했습니다. 기존 집은 단기월세를 주고 1년 살 짐만 챙겨서 이사했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진행과 실패가 있지만 오늘은 제주도 1년 살기 위한 전원주택 거주환경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빌라와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제주도에 오니 앞마당에 '잔디밭'이 있으니 꿈만 같았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저는 유튜브에서 보던 것처럼 잔디 위에서 아침마다 일어나 웻지 샷을 연습했습니다. 3월이라 아직 잔디가 올라오지 않은 곳에서....

마치 미드에서 봐왔던 집 앞에 펼쳐진 잔디밭이 현실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한여름에는 푸르른 잔디가 너무 예뻐 더운 날에는 시원하게 물도 뿌려주고...
그런데
이 잔디가 너무나 빨리 자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에 잡초가 어찌나 잘 자라던지 아이들과 뒹굴며 공놀이를 하는 곳이기에 풀약을 뿌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풀이 점점 자라 미국 서부영화의 덤불같이 될 것 같아 일주일에 적어도 2번은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았습니다. 군대 이후로 이런 잡초 뽑기를 다시 할 줄이 이야. 그리고 잔디 깎기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우아하지 않더군요. 영화에서 보면 잔디 깎다가 옆집과 인사도 하고 목에 건 수건으로 이마의 땀도 닦으며 멋진 장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집에 잔디 깎기 기계는 집주인이 고장이 났다며 수리해서 준다는데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점점 자라 푹신한 양탄자 몇 겹의 높이가 되었거든요. 잔디 깎기 기계를 옆집 형님에게 빌려서 잔디를 깎는데 이 잔디 깎기 기계가 노후되어 잔디가 끼면 잠시 멈추고 모터를 식혀주며 낀 잔디를 손으로 제거해줘야 했습니다. 머리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정수리를 돋보기로 지지려는 듯 내리쬐고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이었습니다. 이렇게 잔디밭에 대한 환상은 나의 부지런함을 시험하며 마치 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겨울에 눈쓰레기와 같이 여름의 푸르른 쓰레기였습니다. 또한 이렇게 집 마당에 꽃나무와 잔디가 있으니 모기가 살기에 너무 좋은 환경인 겁니다. 마당에 있을 때는 상시 모기약을 뿌리고 모기향을 피웠습니다. 매일 여름 캠핑장과 같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우리 집 마당.
이러던 중 또 다른 사건이 생깁니다.
하루는 캠핑 의자에 앉아 와이프와 커피를 마시는데 저 뒤쪽 어디선가 긴 물체가 움직이는 겁니다. 와이프 뒤쪽 나무 데크 사이를 스르르 기어가는데 자세히 보니 '뱀'이었습니다. 마침 어제 장작으로 제주 흑돼지를 궈먹으며 썼던 장작집게가 나무 데크 위에 있었습니다. 그 집게로 뱀을 수차례 잡으려고 시도한 끝에 머리를 잡아 담벼락 뒤로 던지는 데 성공했습니다. 와이프는 놀라 자빠지고 저의 손끝에는 뱀의 꿈틀거리는 진동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아기들이 노는 곳이라 잡초 농약을 안 뿌렸는데 뱀약은 도저히 피 할 수 없었습니다. 뱀약을 사러 가니 수북이 쌓여 있는 약통에서 한 개 꺼내어 주시며 심하게 뛰는 나의 심장과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왜 아직도 안 뿌렸냐고 하시는 주인아저씨. 제주도 타운하우스에서는 뱀약 미리미리 뿌려놔야 한다며. 아파트 음식물쓰레기기계가 고장 나면 관리사무소에 전화만 해봤지 이렇게 뱀을 잡아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 오늘은 타운하우스의 잔디와 뱀이야기만 했는데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았네요 ㅎㅎㅎ
앞으로도 육아휴직하고 느낀 점 생활 한 것에 대해 연재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교훈.
전원주택, 타운하우스에 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자신이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것보다 훨씬 그 이상 부지런 해야 함을 잊지 말고 시작하세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띵커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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